원달러 환율 왜 계속 떨어질까? 1,500원대에서 1,380원대로 내려온 이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을 볼 때마다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올해 7월 초 환율이 장중 1,5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에서는 1,600원 선까지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8월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4.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보다 1.3원 하락한 수준입니다.

한국은행 원·달러 환율 통계

7월 초와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환율이 내려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 걸까요?

단순히 한국 경제가 좋아져서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고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지금의 환율 하락은 크게 글로벌 달러 약세, 국내 달러 공급 증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먼저 기본적인 개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라는 것은 1달러를 사기 위해 1,500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380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이 120원 줄어듭니다.

즉,

원·달러 환율 하락 = 달러 가치 하락 또는 원화 가치 상승

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문제는 원화 가치가 왜 갑자기 이렇게 빠르게 강해졌느냐는 것입니다.

1. 미국 달러가 이전보다 약해졌다

첫 번째 원인은 글로벌 달러 약세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만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원화 가치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 역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등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습니다.

8월 19일 기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458까지 내려왔고, 8월 24일에도 장중 98.88을 기록하며 100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즉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배경에는 원화만 강해진 것이 아니라 달러 자체가 약해진 영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미국 달러 가치 흐름

2. SK하이닉스 ADR이 외환시장에 엄청난 달러를 공급했다

이번 환율 하락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SK하이닉스 ADR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약 265억 달러, 우리 돈 약 40조원을 조달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입니다.

SK하이닉스는 조달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등 국내 투자에 상당 부분 사용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달러로 돈을 조달했는데 국내에서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려면 결국 상당 부분을 원화로 바꿔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달러 조달 → 국내 투자 → 달러 매도 → 원화 매수

라는 과정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장에 대규모 달러가 공급되면 달러 가격인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7월 원화는 달러 대비 약 7.95% 강세를 나타냈고,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이 원화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ADR 자금 전체가 한 번에 환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이 자금의 환전 효과가 8~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을 설명할 때 SK하이닉스 이야기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80원대로 하락한 5가지 이유

3. 환율이 떨어지자 수출기업들도 달러를 팔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까지 겹쳤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조선업체 등 국내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달러를 받습니다.

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물량을 외환시장에서는 흔히 네고 물량이라고 부릅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급하게 팔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환율이 1,500원인데 앞으로 1,550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달러를 조금 더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반대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500원에서 1,450원, 다시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달러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집니다.

실제로 지난 8월 19일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을 가속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달러 매도까지 겹치면서 작은 매도 물량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였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이런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환율 하락 → 수출기업 달러 매도 → 시장 달러 공급 증가 → 환율 추가 하락

환율 하락이 또 다른 환율 하락 압력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환원도 변수로 등장했다

여기서 또 하나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역시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내놨습니다.

NH투자증권은 두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 달러 일부를 환전한다면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달러 공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주주환원 자금을 전부 달러 환전으로 마련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원화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이 앞으로 환율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는 수급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수준에서 추가 하락 여력을 약 40~50원으로 평가하며 1,340~1,350원 수준을 1차 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증권사의 전망이지 환율이 반드시 해당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5. 최근에는 중동 리스크와 국제유가도 안정되고 있다

8월 26일 환율이 추가로 내려간 데에는 국제 정세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둘러싼 우려가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지정학적 위험 부담이 다소 줄었습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면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가 늘어나고 국내 물가에도 부담이 됩니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달러 수요와 수입물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관련 통계를 보면 7월에는 환율과 국제유가가 함께 하락하면서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0%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했습니다.

다만 중동 리스크 완화가 지난 두 달간 환율을 끌어내린 핵심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환율의 추가 하락을 도와주는 요인 정도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환율과 국제유가 변화는 국내 수입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이제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1,380원까지 왔는데 다시 1,300원 초반까지 내려가는 것 아닐까?”

가능성은 있지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과 글로벌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해 1차 하단을 1,340~1,35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장 전문가 역시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 여건 등을 고려하면 1,300원대 중반까지는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에는 반대 방향의 힘도 존재합니다.

환율이 많이 떨어지면 수입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사기 좋은 가격이 됩니다.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과 기관 역시 달러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자금을 해외로 가져갈 때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압력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8월 26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갔고, 이 같은 달러 수요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따라서 환율이 지금 속도로 계속 직선처럼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환율 하락은 우리에게 좋은 일일까?

개인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의 효과가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환율이 1,500원일 때 1만 달러를 환전하려면 1,500만원이 필요합니다.

환율이 1,380원이라면 같은 1만 달러를 약 1,38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차이는 약 120만원입니다.

미국주식 신규 투자나 해외여행, 해외직구를 계획하고 있다면 환율 하락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기업에도 긍정적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각종 원자재 등을 달러로 구매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7월 수입물가가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아 두 달 연속 떨어졌다는 점도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존 미국주식 투자자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주가가 그대로인데 환율이 1,500원에서 1,380원으로 내려가면 원화로 환산한 투자자산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반대로 수출기업 역시 해외에서 같은 1억 달러를 벌더라도 환율 1,500원에서는 1,500억원이지만 1,380원에서는 1,380억원으로 환산됩니다.

물론 실제 기업 실적은 환헤지, 생산지역, 비용 구조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계산처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환율 하락 = 무조건 한국 경제에 호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 환율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

최근 환율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하락의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글로벌 달러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ADR이라는 이례적으로 큰 달러 공급이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환율이 내려가자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매도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역시 추가적인 달러 공급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유가까지 다소 안정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환율 하락의 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글로벌 달러 약세

↓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

↓

수출기업 네고 물량 증가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환원 기대

↓

최근 국제유가 및 지정학적 위험 완화

이 여러 요인이 동시에 원화 강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환율이 더 떨어질까?”보다 “이러한 달러 공급이 언제까지 지속될까?”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 ADR이라는 특수한 수급 요인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역시 어느 정도 진행되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미국의 물가가 다시 상승하거나 연준이 예상보다 강한 긴축 기조를 보이고,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한다면 달러 강세가 재개될 수도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600원을 걱정하던 원·달러 환율이 어느새 1,38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지금의 움직임을 단순히 “한국 경제가 좋아져서 원화가 강해졌다”고 보기보다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국내 외환시장의 특수한 수급 변화가 동시에 만들어낸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환율 숫자 하나만 보기보다 미국 물가와 연준의 통화정책, 달러인덱스, 외국인 증시 자금,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SK하이닉스 ADR 자금의 환전 속도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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